영화 조커는 개봉 전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스크린 개봉 이후에도 수많은 배트맨과 조커라는 영화와 인물의 팬들로부터 악평과 혹평을 오가며 논란과 환호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논란과 환호 속에서도 영화의 작품성과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대한 인정은 논란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커의 후속작에 대한 소문은 지난 6월 토드 필립스 감독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각본 사진을 업로드하고, 레이디 가가가 추가로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이제는 내용에 대한 추측과 영화과 나오기 전인데도 영화에 대한 분석들이 이어져 나옵니다.
이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놀라웠던 점 중 처음 드는 생각은 기원이 없는 것이 기원이라던 조커에 기원을 만들어 줬다는 것입니다. 그 전 영화들에서 조커는 그저 ‘악’에 불과했습니다. 조커에 사연이라는 것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커와 영화가 연결되는 우울과 어두움
영화는 시작부터 우울감과 현실적 고통, 그리고 '조커' 아서 플렉의 인간 내면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깊은 시선과 연출로 채워져 있습니다. 팬들을 위한 장면들일까요. 조커는 히어로 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과거 배트맨 시리즈로부터 이어지는 몇 가지 장치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히어로 무비가 아니지만 배트맨과 이어져 있다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보여주는 광기는 이전 조커들, 잭 니컬슨과 히스 레저,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색채로 다가왔고 무척 현실적이었으며 분노와 증오 그리고 깊은 슬픔을 잘 표현했고 비참하고 우울했습니다. 마치 조커의 삶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커는 선택이 아니었다.
사회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와는 다르다는 그 시선이 주인공 조커(아서 플렉, 호아킨 피닉스) 에게 괴리감을 심어줍니다. 그는 사람들이 그에게 웃어주기를 바랐습니다. 친절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구타를 받아야 했으며 이 사회 자체가 그의 인생을 비극으로 만들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그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기 이전까지는 마치 누군가가 그에게 "억지로 웃어봐라."라고 주문하는 것처럼 웃지만, 어느샌가 정말 '웃기기 때문에 웃고 있는 것 같다'가 웃고 있는 조커가 됩니다.
"여태까지 내 인생은 비극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코미디였어."
주위와의 괴리로 인해 괴로워하던 그가 사회 부적응자인 자신을 받아들인 순간 그는 온전히 자각하며 웃고 있게 됩니다.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명언이 생각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작은 총 한 자루와 코미디 인생의 시작
조커가 직장 동료로부터 한 자루의 총을 얻게 되고 마치 그동안 그를 괴롭히고 옥죄어 오던 속할 수 없었던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듯 지하철에서 만난 불량배들을 심판을 시작으로 그가 변하고 그로 인해 세상도 변하는 것과 같이 됩니다.
그의 광대 분장은 하나의 상징이 되며 그를 외면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됩니다.
조커의 어머니는 우리가 배트맨을 통해 알고 있는 그 토마스 웨인과 사랑했다는 착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조커가 웨인의 아들인 것처럼 생각하게 합니다. 조커는 웨인들 찾아가지만 여기서도 비웃음을 당하고 버림을 받습니다. 이 장면에서 배트맨과 처음 만나게 되죠.
조커의 유일한 삶의 희극은 머리 프랭클린이 진행하는 토크쇼였습니다. 그를 존경하고 우상으로 생각했지만 함께했던 코미디 무대에서 프랭클린마저 그를 조롱하자 그때부터 유일했던 삶의 밝은 부분을 잃어버리고 무너집니다.
그 후 병원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그를 부른 프랭클린을 심판합니다. 조커는 소통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행동에 이유를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행동하기만 합니다. 그러면서 조커를 통해 미국 사회의 병폐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조커를 통해 악당이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악당은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사회의 문제들의 일부 일부들이 결국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게 되는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조커가 춤을 추며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은 신들린 듯 보였습니다. 한국어에 ‘한’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악당을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만큼은 잠시 조커의 한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사람들의 웃음과 친절을 위해 노력했는데 그냥 내가 웃으면 되는 것이었다는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이런 조커의 아주 속 깊은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매우 많은 연습과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완전 다른 인물 같았습니다.
지나친 현실을 위한 망상이란 장치
감독은 의도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여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조커의 어두움과 광기가 자칫 관객들의 감정을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 것을 우려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불쾌한 감정과 조커의 표정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조커와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합리화를 위한 감정을 심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조커가 점차 사회라는 장치에서 분리되어가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도 중간중간 그의 생각이 망상이었고 결국 조커도 잘못된 판단을 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하게끔 하며 결말 또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었습니다. 이러한 망상이라는 장치를 통해 관객들을 영화와 현실에서 분리되게끔 합니다.
결말에는 The end라고 명확히 표현함으로써 이것은 사실이 아닌 영화라고 환기함으로써 감상하며 고양된 감정을 가라앉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만큼 영화는 누군가 비상식적인 사건들을 뉴스 등에서 접하며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라 느끼고 있는 부분들을 여과 없이 끄집어내고 심판을 통해 난도질합니다.
조커 2
2024년 조커의 후속작이 개봉합니다. 부제는 'Folie à deux', 즉 두사람의 광기 혹은 감응성 정신병 등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주로 부부 사이에서 두 사람 중 한 명이 갖고 있는 정신병 증상이 공유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레이디 가가의 배역이 할리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후속작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와, 그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둘에게 나타나는 감정과 그로 인해 사회로, 밖으로 표출되는 이야기들에 대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는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배우들의 명연기 하나 만큼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날, 우울한데 더 우울해지고 싶은 밤 맥주 한캔과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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