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웅을 보지 못해 영화로 개봉한다는 말에 기대하고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내용은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너무 잘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3년 내에 처단하지 못하면 자결하기로 네 번째 손가락을 함께 자른 동지들과 단지동맹으로 결의하고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합니다. 그들에게 이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전하던 이토 히로부미의 기생으로 옆에 있는 명성황후의 궁녀였던 설희(김고은)가 이토가 러시아 정상회담을 위해 하얼빈을 찾는다는 정보를 전합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그에게 방아쇠를 당기고 법정 위에 서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
영화는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만주를 거쳐 하얼빈에서 동료들과 함께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이기에 역사에 자세하게 기록된 이야기와 교과서를 통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했던 동료들,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감동과 때로는 슬픔과 그리고 중간중간의 유머들까지 지루하지 않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통해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당시의 상황만을 알고 있었는데, 교도소에서의 모습부터 사형 판결을 받고 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 자세히 몰랐던 당시의 상황들을 영상으로 보니 안중근 의사 뿐만 아니라 당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함께 했던 한분 한분이 모두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새롭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자신 삶의 안위보다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이것을 사명이라고 부르며 희생해준 독립투사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우리들의 삶은 없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조국의 독립을 위해 그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었을 지 또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국가의 원흉을 처단할 맹세를 하던 순간부터 죽음 앞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었던 '안중근' 의사는 비록 유해는 아직 찾을 수 없어 죄송하지만 정신과 생애만은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존재할 영웅입니다.
뮤지컬 영웅을 영화 영웅으로
영화를 만든 윤제균 감독은 "'절반의 새로움, 절반의 익숙함', 영화 은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객석에 앉아 먼 거리에서 감상했던 장면들이 보다 가까이 볼 수 있는 스크린에 구현된 만큼 뮤지컬과는 다른 새로운 생동감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원작 뮤지컬을 보지 못 했었기 때문에 유명한 OST 들과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로 펼쳐지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개봉이 지연되는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입체감 있는 배경'으로 인해 이야기에 훨씬 이입하기 편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또한 이미 뮤지컬로 유명한 음악들을 영화를 통해 들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습니다.
정성화 배우의 <장부가><영웅>
김고은 배우의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내 마음 왜 이럴까><그대 향한 나의 꿈>
함께 부른 <그날을 기약하며><누가 죄인인가>등 그 당시의 장면을 생생하게 감정을 담은 노래로 들으니 더욱 심금을 울렸습니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역할이었던 나문희 배우님의 노래 역시도 대 배우님답게 과하지 않으면서도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뮤지컬 영화들에서는 대산 대신 너무 음악들로 채워 몰입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는데, 이 영화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 유명했고 노래들에도 배우들의 감정과 저의 감정이 모두 이입되어 대사보다도 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영화에서도, 뮤지컬에서도, 실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에서도 마지막 법정에서의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수십번을 다시 보고 다시 읽어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장면입니다.
저는 사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사형을 기다리며 옥살이하는 아들에게 수의와 함께 보낸 편지가 너무 마음이 아프면서도 영웅을 낳아 기르신 영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먹지 말고 죽어라.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어떤 어머니가 자식이 사형을 기다리는데 항소하지 말고,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죽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을 적으면서도 눈물이 납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더 담대한 마음으로 단두대 앞에 설 수 있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듭니다.
가슴으로 만든 영화
또한 윤제균 감독은 그동안 여러 영화를 제작해 왔지만, 유독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냥 감동으로 우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끓는, 우러나오는 울음이 여러 번 터졌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느꼈던 부분과 같이 다양한 장면 중에서도 사형장으로 향하는 아들 안중근에게 어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윤제균 감독은 "그 장면을 찍으면서 유독 많이 울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관객은 신이다. 영화를 만든 의도를 제일 잘 안다"라고 전한 만큼 그가 이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이 영화만이 지니고 있는 '진정성'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본다면 “알고 있던 이야기”에서 더해져 다시 한번 그 시대의 그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실 때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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